강남제이비뇨기과

[건강교실] 性은 나이가 아니라 건강이 좌우

‘내 나이 일흔셋. 그녀를 만났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녀….’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영화 ‘죽어도 좋아’의 포스터에 쓰인 문구다. 이 영화는 사회적 편견으로 묵시됐던 노년의 사랑과 성에 관한 문제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가 예술이라는 측면은 접어두고, 이 영화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인의 성에 관한 무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영화 관람평을 살펴본 결과, 부정적 견해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견해에서도 불합리한 편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긍정하는 사람들조차 대체적으로 “70세 노인도 저런 사랑이 가능하구나” 하는 식의 막연한 인정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있어 성에 대한 욕구가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노인의 성에 대한 문제는 막연한 인정이 아니라 이해하고 준비하는 차원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간에게 성에 대한 욕망은 정년퇴직이 없다. 그러나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이 노인들에게 성에 대한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물론 존경받아야 할 어른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70세 넘은 노인들의 구강섹스나 실제정사를 영화화해 보여주었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연하게 인식해온 사회적 통념의 틀에서 인간의 본성과 권리에 관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은 젊은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적용되는 신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든 신체 기능은 나이가 들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성기능도 마찬가지인데 기능이 저하된다고 해서 성욕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정상적인 남성의 경우 70세가 넘어도 20대의 3분의 2 정도 성욕을 관장하는 남성호르몬을 유지한다. 오히려 여성의 경우는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의 감소와 남성호르몬의 증가, 임신에 대한 부담감이 해소되면서 성욕이 강해진다. 성적욕망과 기능이 가장 왕성한 시기는 남성은 18∼20세, 여성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고 있으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70∼80대까지 정상적인 성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죽어도 좋아’에는 성애의 장면이 많다. 박진표 감독은 “그들에게 있어 섹스는 삶이고 인생이며 지금 살아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연출의도에 밝히고 있다. 필자가 이 말에 공감하는 이유는 살날이 많지 않은 노인들에게 있어 성행위는 남성과 여성, 나아가 살아있음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중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에서 거의 매일 달력에 표시되는 성행위 횟수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말이다.

젊은 사람들의 성 못지않게 노인의 성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노인의 성은 노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끄럽거나 점잖지 못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인에게 적절한 성생활은 남성에게는 전립샘 질환을, 여성의 경우는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또 성행위 중에 분비된 엔도르핀은 면역력을 강화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 어쩌면 성은 신이 직접 제조해 인간의 손에 쥐어준 좋은 약일 수도 있다. 다만 오용이나 과다복용은 부작용이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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