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제이비뇨기과

고환이 꼬인다는 말이 있는데 들어보셨는지. 고환을 줄에 매달린 종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종을 고환(testicle)으로 비유하면 종이 매달려 있는 줄을 정색(Spermatic cord)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색에는 고환에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는 혈관인 동맥과 정맥,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를 정낭으로 보내는 정관으로 이뤄져 있다. 고환이 꼬였다는 것은 정색이 꼬여 고환으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된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병을 일명 고환염전(Testicular torsion)이라고 한다. 고환의 발육이 왕성하고 고환의 크기가 커지는 사춘기 또는 드물게 고환암이 동반되면 발생하고 통계학적으로 4000명에 한 명 정도 발생한다.

30대 이후 연령대에서 고환염전이 발생하는 것은 아주 드물다. 고환 꼬임은 운동이나 고환 타박상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고 대부분 수면 중에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심한 통증이 음낭과 아랫배에 발생하는데, 통증이 시작보다 점차적으로 오거나 심하지 않을 때도 있다.

상당수가 통증을 경험하고 붓기도 하는데, 이는 간헐적으로 꼬임이 발생했다가 자연적으로 회복된 것을 의미한다. 급성 꼬임에서는 욕지기와 구토가 수반되기도 하며 통증 때문에 걷기가 힘들어진다.

그러나 신생아에는 통증 유무를 확인할 수 없지만, 안절부절못하며 잘 먹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필자가 전공의 수련 기간에 10대 남아가 고환이 아파 새벽에 응급실로 찾아오면 십중팔구 고환염전이 아닐까 의심하고 진료에 임한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픈 쪽 고환을 촉진하면 너무 아파 어쩔 줄을 모르고 안색이 창백하고 겁에 질린 표정이다. 고환은 음낭이라는 주머니 안에서 종처럼 흔들리게 되어 있다. 왜 그럴까.

고환이 갑자기 아프거나 불편하다?

위에 언급한 종의 줄인 정삭에 매달려 있고 이 정삭은 복대동맥으로부터 산소가 풍부한 신선한 피를 공급받는다는 사실을 유추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만약 고환의 흔들림을 넘어서 고환이 자신을 축으로 해서 정색과 같이 뱅뱅 돌아 새끼줄처럼 꼬이면 이때부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꼬인 고무 수도관처럼 되면 물이 막히듯이 꼬인 정색은 혈관 속의 흐름이 방해되고 심지어는 완전히 폐색되기도 한다. 결국 신선한 피가 고환으로 공급되지 못하고 동시에 고환에서 나가야 할 피가 그 속에 정체된다. 꼬인 시간이 4시간 이상 지속돼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하면 해당 고환은 기능을 영구적으로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고환염전은 응급 상황으로 간주해 치료한다.

고환염전의 치료 목표는 단시간 내에 고환으로 가는 혈액 공급을 되살려서 혈액 공급에 민감한 조직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병원에서 고환에 대한 혈관과 혈관 분포를 볼 수 있는 일명 컬러 도플러 초음파검사를 받는다.

만일 조금이라도 고환염전이 의심되면 바로 응급수술을 받아야 한다. 응급수술로 꼬인 혈관을 되돌려 놓을 수 있는데 꼬인 것을 풀어 고환에 제대로 혈액이 공급되는지, 고환 조직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등을 점검해 모든 것이 정상이라면 다시 고환이 꼬이지 않게 고환 표면에 3군데를 봉합해 둔다. 이 봉합은 다시 꼬이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필자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고환염전인지 모르고 수일이 지나 비뇨기과에 찾아오는 경우다. 이때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단계에 이르기 때문에 대개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고환염전의 증상이 환자들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고환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느낄 때나 불편함이 발생하면 반드시 비뇨기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아들이나 손자가 고환에 이상을 호소할 때는 즉시 비뇨기과를 찾기 바란다. 비록 한밤중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나중에 그들이 커서 아이를 가지면 분명 고마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