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욕 촉진제는 오래 전부터 정열을 자극하고 유지하기 위해 만들

어져왔다.

몸에서 나오는 이 욕망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걸까? 인간에게

성적 욕망이란 왜 그토록 소중한 걸까?

성욕의 시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랑의 묘약이 여기에 있다.


청년기 남자애들의 환상 가운데엔 약을 써서 젊은 여자를 꼼

짝 못하게 만들어 뜻대로 맘대로 한후, 다음 날 아침엔 무슨 일

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 못했으면, 하는 게 있다.

여자들을 성적 관심으로 바라보는 견해치곤 순진하지만, 그렇

게 미신에 기대고 싶은 마음은 신체적인 것이지 사회적인 것은

아니다.

어쨋든 남자애들끼리 모이면 여자를 유혹시킬 묘약들을 제시하

느라 입술깨나 부르텄다. 내몸은 나의 것, 그러나 몸에서 나오

는 그 욕망은 또다른 어떤 힘, 약의 소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여자들을 비틀거리는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리도록 칵테일에 여

자 몰래 넣는 '미키핀'이 고안되기도 했고, 술에 아스피린을 타

면 성적 상상력을 불러온다던 50년대 방식을 차용해 사이다에 글

루탄산나트륨을 타면 여자를 함락시킬 수 있다는 소문 한 번 무

성했다.

게다가 남자들을 괴롭힌 건 군대에서 먹은 건빵에 성욕 감퇴제

가 들어 있다는 정보이기도 했다.

질산 칼륨은, 성기능과 무관하고 이뇨와 음식의 부패를 막을 뿐

이라고 밝혀졌대도, 의구심은 눅눅하게 남아 있다.

성욕 촉진제는 남자와 여자,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

남자에게 약이나 강장제, 연고는 성의 기쁨을 더 오래 누리도록

참을성을 주고, 여자에겐 여자들만의 독특한 감각을 일깨우는

데 사용된다.

남자는 신체적으로 자극받는게 수월하지만, 자극 유지를 위해

특별한 도움이 필요하진 않다.

어쨋든 여자가 기구나 흥분제의 도움 없이 성적 즐거움을 갖는

게 허용되고, 성적 대상을 자유롭게 선택해도 되는 20세기 말,

사랑의 묘약을 만드는 마녀들이 더 이상 고문받진 않게 됐지만,

때로 마술은 필요하다.


그러니까 미국 인디언들이 피마자유에 의존했고, 로마의 시인

로비디우스가 거위의 혀로 성욕을 북돋운 것처럼, 클레오파트라

가 안토니우스를 유혹하기 위해 자스민 오일을 그녀의 머리에 발

랐고, 또 루이 15세가 마담 퐁파듀르의 불감증을 치료하기 위해

숫양의 정소를 권했던 것처럼, 그 때 르네상스 시대엔 사랑의 묘

약으로 사랑의 잔이 범람했는데, 당시 약국이나 마녀들한테선

쉽게 구할수 있었다.

마녀들이 사용한 사랑의 묘약엔 독사의 심장이나 빨강 머리

사람의 피가 들어 있었는데, 꽃상추 같은 야채에서 추출한 물이

해독제로 사용되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최음제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하긴, 이라크 북동부에 살던 네안데르탈인부터가 이미 식물로 만

든 최음제를 썼으니. 최음제는 히포크라테스도 쾌락의 의미로 사

용했었다.


작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선 마늘, 호박, 인삼, 곤충 분말 성분

으로 만든 최음제 식단과, 여자의 가슴 모양을 본뜬 빵에 스트

립 쇼를 즐기는 에로틱 레스토랑이 난리였고, 싱가포르에선 한

그릇에 3백 달러 하는 악어 페니스 스프 요리도 불티났었다.



최음제는 국제적 분쟁거리이기도 했다.


'96년, 이스라엘 껌 '아로마 앤드 스플레이'에 여자의 성적 흥분

을 고조시키는 최음제가 함유되는 바람에 '자기도 억제하지 못하

는 채 섹스를 허락했다'고 괴로워하던 이집트 여대생들이 속출했

다.


하지만 가끔 과학적인 마술도 제시되었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신혼 여행의 천국이 된 건 폭포에 의해 생성

된 음이온이 성욕을 촉진한단 이론 때문이다.

초록색 M&M 캔디가 굴처럼 성적 호기심을 일깨운다고 간주된 것

처럼. 어쨌든 최음제는, 성의 억제를 푸는 것과 정력을 높이는

것 두 가지. 일반적인 알코올은 코케인, 마리화나, 아편 헤로인

처럼 중추 신경을 흥분시켜 욕망을 분출시킨다고들 하지만, 그

모두 흥분을 유지시키는 것만 빼면 별 무효과였다는 걸 입증할

객관적 증거도 없다.

전립선과 심장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 남성 호르몬 주사 데포

를 보면 성욕의 이름 앞에선 왜 그렇게 위험이 전혀 상관없을

까, 가슴 아프다.


위험하게 촉발되려하지 않아도 성욕을 부르는 음식들은 너무

많다. 이 리스트는 의심스러운 만큼끝도 없다.


모로코 야외 시장의 소년들은 지나가는 남자에게 맹세하듯 속삭

인다. 그들이 파는 과일과 야채가 성욕 촉진제라고, 일부다처제

와 첩 제도가 허용되는 동양 어느 곳에선 여자들 모두 만족시키

기 위해 코뿔소 뿔 가루를 사는 남자들이 한 재산 탕진한다. 알

제리 주둔 프랑스 병사들을 며칠내내 음경 강직증에 시달리게

했던 개구리 뒷다리도 있었다(북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에스파뇰

파리는 고대 로마의 최음제 원료, 병사들이 먹은 개구리가 그

파리를 대량 삼켰었다).

그 위에 굴, 카페인,'사랑의 분자' 페닐에틸아민 성분을 지닌

초콜릿, 은행, 홍삼, 서 아프리카산 요힘베 나무의 껍질, 해구

신, 사향, 태반, 계피, 정향, 산초, 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것, 말초 혈관을 확장시켜 성적 기능을 높이는 것, 고구마, 꿀

을 칠한 남자의 발가락, 병아리콩, 기름에 튀긴 도마뱀, 숫참

새, 순무의 뿌리처럼 여자에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처방전들...

그런 것들이 정말 성욕을 자극하는지는 의문이지만, 단순한 신뢰

만으로도 효과는 크다.



밀가루를 최음제라고 줬는데, 10명 중 3명의 성기능이 놀랍게

도 너무 좋아졌단 실험도 있었으니까.


수십 세기 동안 최음제들이 난무했지만, 대망의 진짜 최음제

는 정말이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개인부터 기업까지 성욕을

위해 동원되었다.

말레이시아의 주술사M.노르는 꿀, 생강, 텔루르 아암캄풍(토종

닭 달걀)을 혼합한 자무(jamu)가 효과 한번 죽인다고 큰소리친

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꽤나 할 말 많을 터다.


'94년, 미국 신택스 사가 아프리카산 요힘베 나무 껍질에서 추

출한 천연 최음제를 합성해 만든 정제형 RS15385는 발기에 필요

한 혈압을 700%증가시켰고,

'97년, 노르웨이 오슬로 의대의 교수는 황소의 정소로 만든 감

자 칩 맛 스낵이 침실의 짐승으로 만들어준다고 약속했었다.

인류가 오랫동안 찾아온 최음제가 달걀 추출물을 분말로 만들

어 캡슐에 넣은 다이어트 보조물 '리버도'는 노르웨이에서 최음

제로 팔렸었다.


그리고, 지난 해,

40대 이후 남자들의 발기부전에 효험이 있는 앤드로덤,DHEA에

이어 이윽고 '찾던물건' 비아그라가 나왔다.

그건 성공률 70%에 불가한채 하이테크 시대의 영원한 성욕 촉진

제의 면류관을 섰다.

(그러나 그건 정치적이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그렇게 매스컴에

서 마구마구 떠드는 약이 어디 있냐 말이 .)

이젠 더 효능이 개선된 비아그라라이트,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을 줄인 바소막스,

프랑스 뉘트리션21서 채취한 정향유 등

동서고금의 천연강장 식물을 재료로 만든 티그라,

여자를 위한 비아그라, 국부에 바르는 비아그라,

혀 밑에서 녹는 남녀공용 아포모르핀 까지 나오는 판국이니,

대한민국 제일제당도 영동 세브란스 병원과 바르는 조루증 치료

제 SS크림을 개발했으니 그저 장할 따름이다.


성욕은 인구수를 조절하는 문제까지 개입했었다.

공화제를 선언한 영국의 크롬웰은 장차 병사들을 더 충원하기

위해 아이 많이 낳기 운동을 벌였고, 17세기 프랑스 중상주의

자 콜베르도 인위적으로 국민수를 늘려 경제적 부흥을 꾀했다.

때로 종교까지 동원했지만, 성욕을 조절하려던 정치적 산술은

별 효과를 못 봤다.

그렇게 한때 성스러웠던 섹스를 이후 몇 천년 동안이나 불경스

러워졌다.

성욕감퇴를 위해 여자의 음핵, 음순의 일부를 없애는 이집트의

적극적 관행도 그랫듯 성욕은 약시, 정신지체처럼 열등한 속성

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중세엔 문둥병은 하느님이 금욕하지 못한 사람에게 내리는 벌

로 믿었으니, 어쨌든 플라톤만 해도 찬물에 목욕하는 걸로 성욕

을 약화시키라고 외쳤고, 어떤 수녀원 부속 학교에선 자극적인

음식이 젊은 정열을 일깨울까 겁나 메뉴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조상들도 성욕 없는 아이의 오줌이 만병 통치라고들 해

도 섹스는 건강에 해롭다고 소리소리치지 않나.

지난번 월드컵에서도 성욕은 두통거리였다.

브라질과 칠레는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금욕을 위해 섹스 금

지령을 내려 부인이나 애인을 망라한 여자들을 접근 금지시켰

고,잉글랜드는 16강만 진출하면 애인 공수를 약속했으니.

그들은 위궤양에 쓰이는 시메티딘,

관절염에 쓰이는 인도메타신,

고혈압, 녹내장에 이용되는 일부 약,

먹는 무좀약, 항우울제,

때론 파파야까지 성욕을 떨어뜨리기 위해

처방된다는 걸 몰랐을까?

날씨만 아주 더웠대도 그런 고민은 없었겠다.

높은 기온은 성욕을 뚝떨어뜨리니까.

성욕은 교화의 목적에까지 도입되었다.

60년대에 성범죄자에겐 성욕을 억제토록

여성 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이 투약되기도 했고,

'97년, 아르헨티나 상원은 미성년자 성폭행범에게

화학 물질을 주사해 성욕을 소멸시키는 법안을 마련했다.

최고 25년형의 현행형량으로도 재발을 못 막았으니.

미캘리포니아, 영국도 같은 양상이었다.

'96년, 10대 초반 소녀들에게 네 차례 성범죄를 저지른

덴마크의 아르네 크옐센은

한 달에 두 번 성욕 감퇴를 위한 약물 주사를 맞은 다음 그랬

다.


"이제 살 것 같애. 포르노 영화를 보고 있어도

저녁 뉴스 프로그램을 보는 거나 똑같네 뭐."

지금은 식욕의 시대가 아니라 성욕의 시대.

매일 결혼, 성적매력, 사랑, 일상적 성욕 문제로 난리다.


첫눈에 반하는 건 사랑일까? 성욕일까?

이소라의 <키스>는 정말 노골적 성욕을 드러낸 걸까?

남자에게 결혼은 성욕 충족 수단이지만,

여잔 결혼을 사랑의 실체라고 착각한다던 톨스토이는 옳은가?


식물은 두뇌가 없는데 어떻게 성욕을 느낄까?

남자의 강한 성욕은 힘을 상징하는데 여자의 성욕을 두곤 왜

말들이 많지?

성욕을 푸는 방법들은 왜 그렇게 회의적일까?

음악가들은 왜 자꾸 호색한을 다루는 거야?

정말 뇌에는 성욕을 충족시키는 데 쾌락을 느끼는

보상 회로가 있나?

금요일(Friday),

성욕, 호색 같은 단어는 왜 비너스에서 가지를 쳤을까?

정말, 남성 호르몬은 80세가 돼도 분비되는 걸까?

남자가 빨리 죽는 건 과도한 성욕 때문이란

한 영국 신문의 발표는 맞기나 한가?


" 사람마다 성적 감흥의 이유는 다르다. "

중국 남자들의 성욕을 자극한 건 여자의 전족이었지만,

누군가에겐 약간 오므라든 분홍색 귀일 수 있다.

경찰관 엉덩이에 손을 댔다가 모욕 및 풍기 문란 혐의로

3백 크로네 벌금형을 선고받은 덴마크 여자에겐

제복 입은 남자의 엉덩이고,

<롤리타>의 애동증환자 험버트에겐 오직 나이 어린소녀다.

때로 돈을 세는 여자의 모습도 남자를 환장하게 한다.


그러니, 여자가 외모에 공들이는 건 남자의 성욕을 도발시키

기 위해서란 주장이 먹힐 수밖에. 때로 여자에게 평생 놀고

먹을 기회도 주니까.


물론 캐롤린 비셋이 케네디 2세를 사로잡은거나

황진이가 지족선사를 파계시킨 건 게임으로서의 성욕을 말

해 주지만.


마법의 향초로 시험해본 건 아니지만, 문학속엔 충분한 예

가 있다.

제인 오스틴의<오만과편견>에서 엘리자베스 베넷이 특별한

감정으로 미스터 다시를 느낀건 펌버리,

그의 아름다운 뜰을 봤을 때였다.


오스틴은 엘리자베스의 황홀엔 탐욕뿐만 아니라

더 심리적인 무엇이 있다고 말하지만,

거기 필수적인 무엇이 또 있다.


그건 힘, 그리고 보조적인 돈이다.

힘에는 다른 흥분제와 공통되지 않는 속성이 있다.

힘은, 힘이 있는자와, 유혹 받는자 양쪽을 자극한다.

힘은 성적 매력을 끌어내기 위해 독약을 요구하지 않는다.


강한 자는 마녀와 사랑의 묘약을 흥정할 필요도,

비아그라도 필요없다.


아프로디테나 마릴린 먼로 같은 여신의 성스러운 미스터리는

돈과 성욕의 충족이 가장 큰 소망인 이 시대에 새로운 빛을 요

구한다.


그들에게 인생은 섹스로 전염되는 유한한 질병이 아니다.

성욕은 창조성을 위한것이건, 생식력, 자아를 위한 것이건

인종과 우주의 연속성을 의미한다.

우린 그게 아주 많이 필요하다.

어차피 우린 고차원적 의식으로 희생과 봉사를 실천했던

테레사 수녀가 아니니까.

또 성욕에 관해 테레사 수녀만이 옳았다고

누가 소리 높여 떠들 수 있을까?


갑자기,

입대해 훈련도중에 먹었던 건빵의 두려움이

먼지처럼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