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 무관심…건강보험 바꿔야
"자를땐 돈주더니 이을땐 나몰라라"…아직도 '산아제한 정부'?
기형아검사·초음파·인공수정 등 산전진단도 혜택없어

아이를 그만 낳으려고 정관(精管) 또는 난관(卵管) 결찰술(묶는 시술)을 받으면 건강보험 혜택을 주고, 아이를 다시 낳으려고 정관 또는 난관 복원술(재연결 시술)을 받으면 치료비 전액 본인 부담.

피임 시술과 관련한 국민건강보험 적용 원칙이 저(低)출산 시대를 맞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출산장려정책과 엇박자로 놀고 있다. 또 임신 기간 필요한 산전 진단 비용의 상당 부분도 건강보험 적용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 산모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남자의 경우 영구 피임 목적으로 시행하는 정관수술의 보험수가(酬價)는 7만2000여원. 여자의 난관 결찰술은 7만9000여원이다. 이 수가는 어느 병·의원이나 균일하게 적용되며(포괄수가제), 시술 받는 환자는 건강보험 덕분에 이중 20~30%에 해당되는 2만원 안팎의 돈만 지불하면 된다.

반면 정관·난관을 묶었다가 다시 아이를 원하거나 재혼 등의 이유로 출산을 원할 경우 난관·정관 복원술을 받게 되는데 이 때에는 치료비 150만~200만원을 고스란히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정관·난관을 다시 이어주는 시술 자체가 고난도 미세수술이어서 치료비가 비싼데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행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기준에 따르면 자녀가 교통사고 등으로 모두 사망했거나 1명이 남았을 경우 또는 1명의 유일한 자녀가 심신장애를 앓을 경우에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마음이 바뀌어 아이를 더 원하거나 최근 이혼이 급증하면서 함께 늘고 있는 재혼 가정에서 아이를 낳고자 난관·정관 복원술을 할 때는 건강보험 혜택을 볼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늦둥이를 낳기 위해 정관 복원술을 받은 회사원 문모(41)씨는 “정부가 출산 장려를 하면서 아이를 더 낳으려는 사람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임신 중 산모와 태아의 건강 상태를 알아보는 산전(産前) 진단 검사의 상당수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산모의 절반 정도가 노산(老産)으로 기형아 검사가 권장되고 있지만, 태아의 염색체 이상여부를 진단하는 대표적인 기형아 검사인 ‘트리플 마커(3가지 호르몬 검사·6만~9만원)와 풍진 바이러스 검사(4만~6만원) 등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단지 혈액형·빈혈·매독 등 기본적인 혈액검사만 보험적용을 받고 있다.

거의 매월 태아의 성장을 진단하는 초음파(검사비 1만~5만원)도 보험 적용이 안된다. 또 전체 부부의 10~15%로 추산되는 불임 부부들이 시험관 아기 등 인공임신 시술을 받을 때도 보험혜택을 전혀 볼 수 없다. 인공임신 시술 비용은 한번에 250만원선이며, 평균 4~5회를 시도한다.

복지부는 '요양급여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규정을 고쳐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시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