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덴마크의 한 연구진은 남성들의 고환암 발병에 환경적 요인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암연구소’ 학술지에 발표했다. 덴마크로 이민 온 1세대보다 2세대 남성들이 고환암에 더 많이 걸리고, 이민 2세대 남성들은 덴마크 혈통의 토착민과 발병률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즉 덴마크에 살다보니 고환암이 더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사례로 미국 여성보다 유방암 발생이 크게 낮은 일본 본토 여성이 미국으로 이민 간 뒤 유방암 발병률이 미국 여성과 비슷해지기도 했다.

남성의 고환에 생기는 악성 종양인 고환암은 미국과 유럽에서 최근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성 암의 1~2%를 차지하지만, 다른 암과 달리 10대 후반~30대 중반의 나이대에서 가장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덴마크 연구를 포함해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들을 살펴보면 고환암에는 유전적 요인 못지않게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다. 유전적 형질이 비슷한 핀란드, 에스토니아, 스웨덴, 덴마크 남성들 사이에 고환암 발병률 차이가 큰 것도 고환암 발병에 환경적 요인이 관여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고환암은 특히 임신부가 임신 당시에 접했던 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환에 생기는 암과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태아의 고환이 만들어지는 시기에 위험 요인과 접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고환암 발병률은 임신부의 핏속 환경호르몬 농도와 관련이 있고, 고령 출산일 때도 고환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고환암 발병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는 점이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진단과 치료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관련 통계를 보면 1980년대 이후 일찍 발견한 고환암 환자의 생존율은 90%를 넘는다.

이렇듯 고환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세계적 사이클 선수인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은 고환암을 이기고 프랑스 도로 일주 사이클 대회에서 7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고환암의 증상으로는 음낭이 무겁게 느껴지거나 통증을 느끼며,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개는 뚜렷한 증세가 없어 방치하기 쉬우므로, 남성들 특히 20, 30대 젊은 남성들은 고환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여성들이 유방암 자가 검진을 하듯 목욕을 하면서 가끔씩 고환을 만져볼 필요가 있다.